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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소식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기고문]

  • 등록자 :장청욱
  • 담당부서 :정신건강사업과
  • 전화번호 :061-330-7767
  • 등록일 :2021-11-16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국립나주병원(원장 윤보현)은 정신질환의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지역사회에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지식과 태도의 향상과, 편견을 줄이고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 및 전파하기 위해 기고문을 기재하였다.

A씨와 마주친 것은 가족들과 밥을 먹으러 갔던 식당에서였다. 복작거리는 식당에서 저 멀리 서 있던 종업원분과 얼굴이 마주친 순간, 마스크를 쓴 얼굴임에도 A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A씨는 내가 전공의 시절 주치의를 맡아 치료를 했던 환자였다. 지금까지 환자분을 진료실 밖에서 보게 된 경우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아는 척을 한 경우는 없었다. 병원 내에서는 인사를 잘 하던 사이임에도 밖에서는 환자분들이 내 눈길을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환자분 입장에서 정신과병원에 다니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서였을지는 모르겠으나 반대로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환자 관계 상 알게 된 정보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려는 의사로서의 의무가 가장 컸던 것이다. 헌데 지금까지의 나의 예전 경험들과 다르게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A씨의 모습은 순간 나를 놀래켰다. A씨가 앓고 있는 병은 조현병으로 예전에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렸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인구에서 유병율 1%를 보이는 만성 정신질환 중 하나다. 주로 10~20대에 발병해 기대수명을 10년 이상 줄일 뿐 아니라 환청, 망상과 같은 정신증으로 인해 현실검증이 저하되고 더불어 사회 인지 저하 및 음성 증상으로 인해 원래 삶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서 병의 예후가 달라지며 장애의 정도에 따라 직업재활에서부터 작게는 일상생활 유지나 약물 복용과 같은 부분까지 필요하기도 하다. 한 명의 정신과 입원 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 다학제 팀 개입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퇴원을 해서도 만성 정신질환자들의 상당수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다시 사회에 적응하려면 필요한 사례 관리, 정신재활 직업재활 등의 다학적 개입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1990년대 이후 입원 치료 시설에 장기 입원 되어있던 만성 환자들이 탈원화(deinstitutionalisation)를 통해 외래 치료를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적 개입에서 변화가 있어 왔다.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하란 이에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후에 사회 복귀 전 입소 할 수 있는 사회 시설이나 돌봄 서비스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정신과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오히려 일반 인구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공격성은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나 알콜 중독과 같은 요인들이 있을 때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8년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이나 2019년 정신질환자의 방화 살인 사건이 보도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과 우려가 변화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필요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인 받는 것 때문에 병원에 오기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정신과 증상이 발생한 이후 치료적 개입을 받기까지의 평균 기간이(Duration of untreated period)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긴 편으로 그만큼 치료가 지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립나주병원도 수 십년 전 전남도립정신병원에서 ‘정신’이라는 이름을 떼고 정신과 환자의 낙인을 줄이고 정신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또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의 병원 내 치료 환경이나 삶의 질을 개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혼자서 자기가 관리 할 수 있는 수준의 질병이 아님을 인식하고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개인의 역량이나 처세로 치부하지 않고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 마음 놓고 병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고 사회 적응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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